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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11-18 22:54
(대한뉴스) 한국의 청아한 소리를 이어가는 장인정신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24,564  
고귀한 음악의 정신은 시대를 초월해 무엇으로 전달되고 지속되는가. 몇 장의 종이에 불과한 악보가 생명력 있는 존재로 되살아나 감동을 주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본다. 국악과 양악을 막론하고 열정으로 가득한 명가의 연주를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그와 하나가 되어 자신의 몸을 울리는 훌륭한 악기 한 점일 터. 하나의 좋은 악기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장인의 두 손에 귀한 재료가 주어져 그의 숭고한 혼이 담겨질 때 비로소 훌륭한 악기는 탄생한다. 중요무형문화재 제42호인 고흥곤 선생은 우리의 전통 현악기를 만드는 장인이다. 그의 인생은 나무와 닮아있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땡볕이 내려쬐어도 우직하게 자신의 자리를 고집스럽게 지킨 큰 나무, 고흥곤 선생을 만나 그의 소리를 들어보았다.

"국악의 참소리를 위해 걸어온 인생"


공예의 한 분야라고는 하지만 사실 악기장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소리라 한다. 완벽한 소리를 위해 하나의 악기에 쏟는 시간은 5년에서 10년이다. 눈비와 바람, 햇볕을 맞아 삭히고 건조된 재료는 천 여 가지의 수작업 공정을 거친다. 모든 것이 빠르고 편리하게 흘러가는 현대사회 속에서도 국악의 깊은 소리가 그 맥을 이어올 수 있는 것은 긴 세월을 인고한 장인의 정신이 살아있는 덕택이라고 볼 수 있다.
“스승이셨던 김광주(1906~1984) 선생님과는 아래윗집에 살았습니다. 자연스럽게 그 댁에 자주 드나들었고, 어느 날 선생님께서 제게 기술을 전수받아보라고 권유하셨는데 저도 왠지 그 일이 마음에 끌려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해보니 통나무를 가져다가 일일이 손으로 대패질, 톱질을 해 손질해가며 섬세하게 악기를 만드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힘이 들긴 했지만 점차 국악의 소리에 빠져들게 되었고 더 좋은 소리를 만들어내는데 욕심이 나더군요.”


취재 당일 온화한 미소로 일행을 맞이한 고흥곤 선생은 한 대의 가야금을 마지막으로 손질하고 있었다. 한 여학생이 곧 찾으러 올 것이라 했는데, 그의 손길이 마치 애지중지하던 딸자식을 시집보내는 아버지의 모습처럼 애틋하게 느껴졌다. “4~5년 전에 비해 지금은 전통음악을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많이 줄어든 편입니다. 양악에 비해 국악이 우리 문화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 역시 턱없이 낮다고 봅니다. 아직까지 서양문물, 외국의 것은 고급스러운 것으로, 우리의 것은 왠지 촌스럽고 세련되지 못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성향이 강한데, 이는 교육과 의식개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한국 전통음악의 미래사를 위해

한민족 5천년 역사와 더불어 한국음악은 우리 민족의 감정과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 면면히 흘러왔다. 서민들의 흥겨운 일상과 삶의 애환을 담은 민요에서부터 양반의 풍류를 느낄 수 있는 가야금 산조, 왕실의 위엄을 느낄 수 있는 종묘제례악까지 우리 민족의 소리는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국악의 근간이 되는 악기제작에 대한 고도의 전승이 희미해져 원형의 악기 형태에 대한 고증과 연구는 필연적인 과제가 되었다.
현재 국립국악원은 한국악기연구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구성된 악기연구 TF팀(준비위원 김철호 국악원장 외 5인)과 뜻을 같이해 고흥곤 선생은 외부 준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악기연구소는 전통악기 원형복원을 통한 정통성 확보와 새로운 미래 음악을 창조할 새로운 악기의 개발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
전통문화와 관련해 이러한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노력이 보다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대중의 의식개혁과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요즈음에도 외국에 나가서, 혹은 외국인과 대화하다가 자신이 우리문화에 대해 너무도 아는 것이 없어 얼굴이 화끈거렸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즈음이다. 모두가 이제는 우리 것에 대해 한 번 쯤 되돌아보고 생각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고 본다. 안에 머물
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다 넓은 무대로 나서기 위해서다. 다양성과 개성이 존중되는 시대에 보다 많은 세계인과 교류할 수 있으려면 우선 우리 것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지식이 수반되어야 한다.


www.고흥곤.com / 고흥곤국악기연구원 02-763-3508

김지혜 기자 | 사진 박영하 기자